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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연대자들에게 띄우는 열 번째 편지

#진실연대자들 10
(2020.06.18)


 


#진실연대자들 소식

#진실연대자들 연대의 글 >>>
 


 
 
#복면증언  >>


 
대법관 박상옥은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에서 조사받던 중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1차, 2차 수사검사로 참가하여 추가 범인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17일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되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강력한 임명반대에 부딪혔던 인물이다.

출처 : 조정환, 「재심은 영원하다  _제1편 : 조O천 강제추행 사건(대법원 2020도3258) 판결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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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일요열린세미나>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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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연대자들 알림

 

[진실연대자들 비평]

재심은 영원하다 _제2편
조O천 강제추행 사건(대법원 2020도3258) 판결에 대한 유감

 

조정환
『증언혐오』, 『까판의 문법』 지은이


 
범인식별절차인가 범인은폐절차인가
 
 
윤지오가 성추행을 목격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누가 성추행을 했는가?’의 문제는 제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판사들과 대법관은 이상하게도 윤지오가 성추행을 목격했을 경우를 가정하면서 “누가”라는 이 하위물음을 진지하게 다룬다. 그것은 아마도 윤지오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널리 퍼진 (심지어 변호사 박훈이나 박준영처럼 윤지오의 진술을 의심하던 사람들조차 사실로 받아들였던) 사회적 인식에 응답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물론 그 응답은 “만약 윤지오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조O천이 그 사람인지는 불확실하다”는 논지를 끌어내기 위한 절차로 그치고 만다. 이 절차를 통해 박상옥(과 하위심 판사들)은 조O천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범인일 수 있을 여지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조O천의 무죄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최종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상옥은, 원심과 1심이 “윤OO[지오]가 종전 진술을 뒤집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찰 제5회 진술은 그 범인식별절차가 적절치 않”았다고 보았는데 이에 근거한 판결에는 잘못이 없음을 인정한다. 우선 물어야 할 것은 정말로 윤지오가 종전 진술을 뒤집었는가하는 문제다. 지목한 사람의 이름이 홍O근에서 조O천으로 바뀐 것은 맞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윤지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마린가라오케 VIP룸에서 장자연을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한 바로 그 동일의 인물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더듬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인물을 바꾼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추정했던 이름을 이후에 확인된 이름으로 바꾼 것일 뿐이다.

박상옥 판결의 보도자료는 기자들에게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듯이 친절하게도 '범인식별절차'에 관한 대법원 판시를 참고자료로 제시한다. 그 자료에는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사고하면 타당한 판시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도 이 판시가 적용될 수 있을까?

박상옥은 이 사건에서 범인식별절차상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는 것일까? “윤OO[지오]의 진술에 의하여도 윤OO[지오]는 경찰이 피고인이 나오는 동영상, 홍OO이 나오는 동영상만을 보고 피고인을 지목하였”는데, 그것이 범인식별절차상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박상옥은 과거 수사과정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에 기초해서 범인식별이 마치 5회째에 처음 이루어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조O천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에 경찰은 무려 4회에 걸쳐 목격한 사람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을 듣고 기록했고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진대조 작업도 진행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인물인 조O천의 사진만은 윤지오에게 내놓지 않았다!!!) 이럴 진대 적어도 경찰 수사과정에서 박상옥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범인식별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범인식별절차에 잘못이 있다는 생각은 대법관 박상옥이 4월 15일의 5회째 수사가 전체 수사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잘못 파악함으로써 나타난 인상일 뿐이다. 이 날 조O천과 홍O근 두 사람의 동영상 대조가 이루어진 것은 앞의 4회에 걸친 조사과정에서 범인이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임의의 두 사람만을 선별하여 목격자 조사를 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윤지오는 동영상 조사 외에 서면조사도 받았는대 박상옥은 이 사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나는 위에서 대법원 판시사례로 보도자료에 예시된 경우와 이 사건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다. 이 사건이 컴컴하고 으슥한 골목에서 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벌어진 성추행인가? 박상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범인식별절차는 그런 경우에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다. 마린가라오케에서 벌어진 성추행은 불이 켜진 VIP룸에서 다섯 사람이 서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성추행이다. 윤지오는 그 범인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인 식별이 너무나 쉬운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 다섯 사람이 누구인가? 여성인 장자연과 윤지오, 그리고 남성인 김종승, 변O호, 조O천이었다. 이 사건은 그중 한 사람인 윤지오가, 이후 사망한 장자연에게 이름을 모르는 한 남자가 성추행을 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상식적으로 용의자는 남자 세 사람으로 좁혀진다. 그런데 김종승은 윤지오의 소속사 대표이므로 이름을 모를 수 없다. 변O호는 윤지오가 십 수차례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으로 이미 이름을 알고 있으며 평상시의 옷차림까지 알고 있고 김종승 대표가 술값을 안 내면 그가 술값을 낸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을 정도의 지인이다. 그렇다면 김종승과 변O호는 성추행 당사자에서 제외되는 것이 합당하다. 윤지오는 나머지 한 사람만 이름을 모른다. 장자연에게 성추행을 하는 것을 윤지오가 목격한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 핵심적 수사사항인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 과연 박상옥이 말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범인식별절차'가 필요할까?


 


조O천을 술자리에 부른 사람은 김종승이므로 김종승은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황상 변O호도 그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라면 경찰이 이들을 조사했을 것이므로 경찰은 (윤지오가 이름을 모르고 있는) 그 사람의 이름이 조O천이고 조O천이 성추행한 범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봐도 좋을 정황이다. 내가 『까판의 문법』 467쪽에서 “윤지오는 다분히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경찰의 수수께끼 같은 대조작업, 진술자를 고문하는 최면수사 등을 받으며 기억 속의 가해자를 정확하게 지목하는 것을 방해 받으면서 마치 안대를 쓰고 술래잡기를 하듯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썼던 것은 이 때문이다.

윤지오가 겪은 이 어둠 속의 방황은 경찰이 윤지오에게 요구하여 실시했고 박상옥은 경찰이 누락했다고 오인하고 있는 저 불합리한 ‘범인식별절차’ 때문이었다. 경찰은 야심한 시간에 윤지오를 다섯 차례나 불러 마린가라오케에서 성추행한 사람의 인상착의에 대해 반복해서 질문하고 당시의 정황에 대한 세세한 질문을 과잉되게 되풀이 했다. 목격자의 기억 착오가 발생할 때까지, 조O천 대신 다른 이름을 말하고 그 이름을 확인된 사실처럼 믿기까지 이 상식 밖의 조사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윤지오는 5회째에 조O천과 홍O근의 동영상과 얼굴을 본 후로는 바로 자신이 몰랐던 그 이름이 홍O근이 아니라 조O천이라고 바로잡고 조O천이 성추행을 한 바로 그 사람임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다시 말하지만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박상옥이 말하는 바의 범인식별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해야 할 복잡한 범인식별절차를 매우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범행주체가 명확한 사건에 적용함으로써, 그 ‘절차’의 복잡성을 목격자의 기억을 교란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한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요컨대 범인식별절차의 누락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의 오용(誤用)이 문제였다.

윤지오가 보기에 5회째 조사에 이르러서야 ‘조O천인가 홍O근인가’를 확인하는 경찰의 조사는 목격자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사쇼로 다가온다. 왜 처음에 홍O근이라고 했다가 조사 5회째에 조O천이라고 하는가라는 물음에 윤지오가 "처음부터 저에게 김종승 대표님과 같이 온 사람들을 확인시켜 주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은 ‘범인을 식별하는 것이 너무나 간단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혼란을 야기시키는가!’, 라는 항변이다. 범인식별절차가 필요했다면 박상옥 방식의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참석한 세 사람의 실면을 목격자에게 제시하고 대조선별하게 하는 식의 훨씬 단순한 절차가 필요했다. 윤지오에 대한 반복된 참고인 조사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명확한 사실’과 ‘또렷한 기억’을 ‘애매한 사실’, ‘진술의 오락가락’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통과절차였던 셈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참고자료까지 기자들에게 첨부하여 설명해야 할 정도의 법률개념이자 수사장치인 범인식별절차가 실제로는 범인은폐절차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범인식별절차가 범인은폐절차로 되고 있었던 수사과정을 이용하여 조O천은 홍O근이 마린가라오케의 그 자리에 참석했다고 거짓말하고, 잠시 그 자리에 들렀었다고 하는 이OO으로 하여금 마치 상황을 알고 있는 듯 허위증언을 하도록 교사했다. 수사과정이 범인은폐절차가 아니었다면 이런 허구적 시도들이 실효를 발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거짓증언 때문에 홍O근은 그 시간에 마린가라오케에 있지 않았고 조O천과 이OO의 말이 거짓임을 알리바이로 입증해야 했다.


 
(다음 주에 계속)
 
#정치철학 #장자연 #윤지오 #박상옥 #오덕식 #이관용
#진실연대자들 이번 주 모임
< 일요 열린 세미나 이번 주 주제 >
 

'자격 없는 자들'에 의한 '자격 비판'은 무엇을 위해 계속되는가? 덕적 순수주의의 억압성과 반동성(reactionary)의 문제에 대해


증언자 자격이 없다, 법무부장관 자격이 없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비판들 가운데는 마땅히 정당하고 경청해야 할 지적들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그 가운데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주체들(사람들, 단체들, 언론들)이 그 비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성폭력 증언자에 대한 혐오,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 전시 성폭력 규탄에 대한 거부입니다. 
비판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의의 비판과 악의적 비판, 합리적 비판과 불합리한 비판, 생산적 비판(창조적 비판)과 소모적 비판(비판을 위한 비판)을 구분하는 작업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주제입니다. 가장 불순한 주체들이 도덕적 순수주의를 주장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적을 무너뜨리는 무기로 삼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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